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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권이 다수결로 법원 통제, 민주주의 후퇴의 공통 징후"

현영길 2026. 6. 3.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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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
베네수엘라 등 6國 사례 분석, "국민 뜻 내세워 판사 징계 입법"



선거에서 승리해 의회 다수 의석을 장악한 정권이 다수결 원칙을 앞세워 법원을 길들이는 ‘현대적 사법부 위기’가 민주주의 후퇴의 공통된 징후라는 진단이 나왔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최근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각국의 사법권 독립 침해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폴란드·헝가리·멕시코·베네수엘라·이스라엘·미국 등 6국의 사법부 위기 사례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 정권의 사법부 장악은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먼저 국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집권 세력은 사법부를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는 엘리트 집단’으로 규정하고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그런 다음 ‘국민의 뜻’을 내세워 판사 임명이나 징계 제도를 손질하는 입법을 충분한 공론화 없이 밀어붙인다.


보고서는 이를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절차를 따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법부를 통제하는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이런 흐름에서 이뤄지는 사법 제도 개편은 ‘국민의 승리’ 같은 정치적 담론으로 포장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15년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집권한 폴란드 법과정의당(PiS) 정부는 의회 다수당이 판사 인선을 좌우할 수 있게 판사 임명 기구의 구성을 바꾸는 법을 만들었다. 또 판사 정년을 단축해 고참 판사들을 퇴직시키고 그 자리를 정권에 우호적인 판사들로 채웠다.


법과정의당은 전임 의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신임 재판관을 기습 임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채워진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에 잇따라 합헌 결정을 내리고, 나중엔 정부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EU 조약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보고서는 “정권이 입법이나 개헌으로 사법부를 장악한 뒤 정권의 정당화를 위해 사법부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며 “이는 민주주의 후퇴의 핵심적 징후”라고 했다.


폴란드는 2023년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한 뒤 사법권 독립 회복에 나섰지만 법과정의당 집권 시절 임명된 판사들이 전체 판사의 25%를 차지해 여전히 사법부 독립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멕시코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은 2024년 사법부가 부패했다며 연방법원 판사를 국민이 뽑는 ‘판사 직선제’ 개헌을 주도했다. 사법부 파업 등 반발에도 개헌안은 일주일 만에 의회를 통과했다. 작년 6월 처음 치러진 판사 선거 투표율은 13%, 멕시코 근현대 연방 선거 중 최저 투표율이었다. 선출된 판사 상당수는 집권당 모레나와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판사 ‘좌표 찍기’의 대표 사례로 보고서에 소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강제 추방 조치를 중지한 판사를 “급진 좌파 판사”라고 공격했고, 일론 머스크는 정부혁신기구(DOGE)가 재무부 데이터베이스에 무제한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판사를 겨냥해 SNS에서 “부패 판사”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선전과 조직적인 온라인 괴롭힘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위협”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재판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법 제도를 바꾸는 입법을 할 때 사법부와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관 인사에 국회의원이나 법무부장관 등 입법·행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판결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 개인을 공격하는 ‘좌표 찍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출처: 양평소풍 원문보기 글쓴이: 양평대교